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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설입니다.

단원요양원 2015. 2. 19. 13:54

즐거운 설입니다.

흩어져 사는 친인척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즐거운 설입니다.

몸은 차례상 준비와 교통문제 등으로 피곤하고 지치지만

그래도 오래간만에 만날 피붙이들 생각에 즐거운 설입니다.

새로 태어난 아기들, 자라나는 아이들, 진학하거나

군대관련 혹은 취업관련의 새로운 이야기가 있는 친척들,

어르신들의 근황 등등 각기 다른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눈으로 확인하는 즐거움..........

이제 설이 지나가니 추석을 기다리며 또 시간을 보내겠지요.


이번 설날 아침에 나는 어머님을 모시고 수원을 다녀왔습니다.

요양원에서 지내신지도 어언 8년 쯤 되는 것 같습니다.

인지장애가 많이 진행되어서 딸도 못 알아보십니다.

딸을 찾아다니며 직원들에게 딸 이름을 대며 그사람이 어디 있는가 찾으시다가

막상 딸인 제 앞에 오셔서도 '내 딸 좀 찾아주세요. 내 딸이 어디있나요?'

하시는 어머님이십니다.

특별히 관절이나 근육질환도 없으신데 점점 더 걸음걸이도 위태위태해 지십니다.

그러신 어머님을 승용차에 모시고 어머님의 큰아들 집으로 가는데,

불현듯이 수십년 전에 본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첫 장면이 생각나더군요.

주인공은 경비행기를 조종하고

동승한 기막히게 아름답고 귀하게 생긴 한여성은 금발머리를 하늘바람에 맡긴채

눈을 감고 있는 그림.......

표면적으로는 아름다운 첫장면이었으나 실상은 매우 슬프던 줄거리........


옛날의 어머니는 차만 타면 졸거나 주무시던 분이었는데

인지장애가 오신 이후 차에서는 절대 졸거나 주무시지 않습니다.

졸지도 않고 눈을 뜨고 계시는 어머님을 보면서 왜 잉글리시 페이션트가 생각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눈은 뜨고 있으시지만 인지가 거의 쇠퇴하셨다는 생각 때문...............?

나의 미래가 보이는 듯도 하고 이글을 보는 당신의 미래인 듯도 하고

우리 모두의 후대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몸이 죽거나, 혼이 죽거나, 몸도 혼도 다 죽거나 하는 미래...............


설날에는 가급적 밝은 이야기를 드리는 게 도리이겠지만

이런 글 일지언정 인사를 드리니 미루던 숙제를 한 기분이네요.........

근래 요양원 운영과 관련된 주변환경의 압박감으로

길게길게 숙제를 못하고 있노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는 요즈음이었습니다 ............